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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모든 홍삼 제품은 가짜다?
노진섭 기자 입력 2017.01.10 15:04 수정 2017.01.10 15:07 댓글 303개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홍삼 제품에 ‘가짜 홍삼농축액’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가짜 홍삼 제품 조사에 참여했던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중국산 인삼농축액의 수입 규모로 볼 때, 국내 거의 모든 홍삼 제품은 가짜 홍삼농축액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합동수사팀은 최근 중국에서 저가의 인삼농축액을 수입한 뒤 물엿 등을 섞어 가짜 홍삼농축액을 만들어 판매한 업자들을 적발했다. 서부지검에 따르면, 이들은 연평균 47.5톤 상당의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수입했다.
농협홍삼·한국인삼공사 “자체적으로 제조”
최근 3년 동안 약 150톤의 중국산 인삼농축액이 가짜 홍삼 제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전문가는 “중국산 인삼농축액 150톤은 500~700톤의 홍삼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가짜 홍삼농축액으로 만든 가짜 홍삼 제품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 있어서 이를 파헤치면 엄청난 파문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가짜 홍삼농축액이 공기업의 홍삼 제품에도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천호식품으로 드러난 가짜 홍삼 제품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짜 홍삼농축액을 제조한 일당은 해당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임원들이다. 그들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가짜 홍삼농축액은 농협홍삼과 한국인삼공사에도 납품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식품전문가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짜 홍삼농축액이 농협홍삼과 한국인삼공사에도 흘러들어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은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 따위를 혼합해 가짜 홍삼농축액을 제조하고 판매한 업자 7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4명은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 부회장, 이사 2명이다. 한국인삼제품협회는 고려인삼(홍삼) 제품의 품질 개선, 유통질서 확립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한국인삼공사, 농협홍삼 등 34개 주요 인삼(홍삼) 제품 제조사가 회원사로 있다. 이 단체는 정부의 홍삼(인삼) 제품 기준규격 검사를 위탁받아 대행하는 단체다. 이 협회의 회장(ㄷ업체 회장)은 2012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42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 제품을 면세점 등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한창 가짜 홍삼 제품을 팔던 2년 전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협회의 부회장(ㄱ업체 대표)은 2013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164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 제품을 제약회사 등에 판매했다. 그는 가짜 홍삼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도 한국에 인삼종합유통단지를 만들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협회의 이사 2명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각각 97억원과 22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 제품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겼다.
가짜 홍삼농축액이나 홍삼 제품을 공급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농협홍삼과 한국인삼공사는 손사래를 쳤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홍삼을 들여와 자체적으로 홍삼농축액을 100% 제조해 홍삼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자체 공장에서 홍삼농축액을 제조하므로 다른 곳으로부터 홍삼농축액을 수입하거나 납품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농협은 최근 가짜 홍삼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전문지 푸드투데이에 따르면, 이번 검찰 조사에서 적발된 가짜 홍삼 제품이 강화인삼농협센터에서 6만~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유통질서 확립에 공기업도 예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에서 농협홍삼과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에서는 가짜 홍삼농축액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서부지검이 (가짜 홍삼농축액을 사용한) 업체명을 밝히지 않는 만큼 식약처가 업체명을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농협홍삼과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은 추후 검사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삼 맛·향 내기 위해 홍삼향·한약재 섞어
이번에 서부지검과 식약처 등이 적발한 업체들은 2012년부터 별도의 비밀창고를 마련해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보관해 오며 물엿이나 캐러멜 색소 따위를 섞어 가짜 홍삼농축액을 제조했다. 이 때문에 가짜 홍삼농축액은 외관상 홍삼농축액과 구분이 어렵고 성분검사로도 걸러내기가 힘들다. 또 중국 원산지 표시를 제거하고 ‘국산 홍삼 100%’라고 표기했고, 허위 경작확인서를 판매처에 제출해 납품해 왔다. 이런 수법으로 460억원 규모의 가짜 홍삼농축액과 홍삼 제품이 전국적으로 거래됐다. 서부지검에 따르면, 350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농축액은 국내 면세점, 대기업, 제약회사 등에 공급됐고 110억원어치는 해외로 수출됐다. 한 식품연구가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 장춘이나 장백에 가서 인삼·홍삼 재료를 수거해 온다. (가격이 한국보다 3분의 1이어서) 인삼농축액(또는 반제품 상태)은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수입된다. (물엿이나 캐러멜 등을 섞었으므로) 가짜 홍삼농축액에 홍삼향이 나는 첨가물을 넣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 9월 가짜 홍삼농축액 27억원어치를 제조·판매해 식약처에 적발된 한국농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홍삼음료와 액상차 제품에 홍삼농축액 등을 넣는 대신 식품첨가물인 홍삼향과 캐러멜 색소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10월에도 물엿을 섞어 5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농축액을 판매해 오다 적발된 식품업자 28명은 홍삼농축액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중국산 한약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거의 매년 가짜 홍삼 제품 사고가 터지지만 담당 기관인 식약처는 뾰족한 예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무허가 시설에서 제조·판매한 소백인삼영농조합법인의 홍삼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했고, 이번에도 천호식품과 몇몇 업체의 제품에 대한 후속 조치만 내렸다. 중국은 2013년 식품안전 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을 내릴 수 있도록 처벌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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